한국일보


18. 자녀 위해 중독자가 할 일

이해왕 선교사 (www.kamcar-recovery.org)
입력시간 : 2003년 5월 1일 목요일, 미주 한국일보 오피니언

제목 - 자녀 위해 중독자가 할 일

매년 5월이면 자녀들과 가정을 위해서 갖가지 행사가 많지만, 중독자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강연이나 행사는 별로 없어 유감이다.

중독자 가정에서 자녀들은 크게 두 가지로 피해를 받게 된다.
처음 피해는 성장과정에서, 그 다음 피해는 성인이 되어서 겪게 된다.

지난 4년간 회복사역을 해오면서 중독자 가정 자녀들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에는 이런 마음 아픈 말들이 있었다.

“엄마 싫어! 창피해! 그만 이야기해....”
“엄마 난 괜찮아. 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이미 아빠의 중독문제를 알고 있었어...”
“오늘은 정말 도박하는 엄마가 죽고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술을 하는 아버지가 없든지 제가 없어지든지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미치겠어요!”
“제가 아빠를 죽이면 끝이 날까요?”

이렇게 자녀들은 중독자 부모로부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당하면서 성장한다.

또 남편이 중독자인 경우에 아내들은 이런 말들을 한다.

“우리 애들은 그림을 그려도 아주 어두운 색깔만 사용해서 마음이 더 아파요..”
“애가 하나였을 때는 같이 죽어 버릴까도 생각했었는데, 애가 둘이 되면서부터는 그렇게도 못해요”
“3번 용서하고 4번째 저에게 걸려서 우린 지금 별거 중입니다. 아직 그 원통함을 백분의 일도 말하지 못 했습니다”

중독회복 상담에서 자녀들에게, 중독행위를 하는 아빠와 엄마 중에 누가 더 이상하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엄마”라는 대답들을 한다.

남편의 중독행위에 정서적으로 시달리다 못한 엄마가
“너희들만 없으면 벌써 내 팔자를 고쳤을 거다”는 식으로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자녀들에게 터트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부모 모두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성장한 중독 가정 자녀들은 커서 어떻게 될까?

도박중독에 빠진 한 청년은 “엄마, 도박장으로 아빠 찾아다닐 때, 왜 하필 나를 업고 다녔어! 그 때 본 기억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것 같아”하며 흐느꼈다.

옛말에 아이들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못 마신다는 말이 있다. 자녀들이 부모의 일거일동에서 세계관을 배운다는 말일 것이다.

대개 중독자 가정의 자녀들은 부모도 그렇게 생활하니까 나도 마음대로 하겠다거나,
또는 커서 절대로 부모처럼 살지는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전자의 경우 자녀들은 컴퓨터 게임이나 채팅에 빠져서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일부 가정에서는 이런 자녀를 컴퓨터 게임에서 멀리하기 위해서 일부러 군대에 보내는 사례까지도 있다.

또 후자의 자녀들은 대견한 것 같지만, 지나치게 부모의 잘못을 증오하는 마음과 중독행위를 회피하려는 과도한 자제력으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는, 부모가 힘들 때 중독행위로 위로 받던 모습이 잠재의식에서 고개를 치밀게 된다.

그래서 부모와 다른 중독행위를 자신에게 허용할 위험이 높아진다. 중독자 가정의 자녀가 다시 중독자가 되기 쉽다는 말들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서 취할 유일한 선택은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중독문제 가정에서 부모들이 먼저 회복을 시작할 때, 자연 자녀들의 마음에도 무슨 일이든 살아가다가 어려움을 직면하면 부모와 같이 외부에 회복도움을 구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구나 하는, 새로운 학습과정이 시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독 가정의 자녀들에게 부모의 회복시작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이상은 필자가 2003년 5월 1일자 미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이다
http://www.koreatimes.com/news/opinion/articleview.asp?id=124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