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9. 방황하는 중독자 가족들


이해왕 선교사 (www.kamcar-recovery.org)
입력시간 : 2003년 7월 4일 금요일, 미주 한국일보 오피니언

제목 - 방황하는 중독자 가족들

방금 전에도 한 젊은 주부가 전화를 해왔다. 남편을 정말 사랑해서 이혼은 하고 싶지 않고...
어떻게든 남편의 도박 문제를 고쳐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회복모임에 참여하면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권했지만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대화는 끝이 났다.

중독증 상담 일을 하다보면 정말로 답답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번만 상담 받으며 회복모임에 참여하면 많은 것을 알게 될 텐데도 몇 번씩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중독문제 가정들의 현실이다.

회복 문의전화는 한달에 10 여건 정도 온다. 전화소리가 울리면 바로 “헬로우, 여보세요!”를 재빠르게 연거푸 말한다. 영어권 2세일 수도 있고 이민 1 세 부모일 수도 있어서 이다. 때로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며 전화가 끊기기도 한다.

처음 중독문제를 알게 되면 가족들은 내 가족 일은 내가 제일 잘 안다며 가족들의 힘으로만 감시 통제하다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좌절과 혼돈에 빠져들게 된다.

자녀가 약물이나 컴퓨터 게임 중독에 빠졌을 경우, 일부 부모들은 자녀를 특수기관에 보내거나 이사를 가보기도 하지만 끝내는 자녀를 집에서 내 보내려고 하거나 중독 자녀의 난폭한 행동에 질려서 아예 부모가 집을 나오기도 한다.

자녀를 내보낼 때 부모들은 사법 당국에 호소하거나 집 열쇠를 모두 바꾸어서 자녀가 집에 못 들어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녀를 내 보낸 다음 걱정으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자녀를 대책 없이 그냥 내 보낸데 대한 후회와 의견 대립으로 부부간의 심한 다툼으로까지 비화된다.

부모가 중독증 자녀를 내보내기로 결심할 때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녀에게 그런 의사를 알려서 자녀도 이를 생각하고 토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녀를 내보내는 것은 가정에서보다 더 회복되기 좋은 시설이나 기관으로 보낸다는 목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들은 후일 더 망가진 모습으로 부모 앞에 다시 나타날 우려가 있다.

가정에 중독문제가 수년간 계속되었고 가족들의 최선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면 그간 가족들이 지향해온 회복방법에 일단 의심을 갖고 전문 기관에 회복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가족을 살리고 가정을 구하는 길이다.

이상은 필자가 2003년 7월 4일자 미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이다
http://www.koreatimes.com/news/articleView.asp?id=132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