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8. 두 번 우는 중독자들

입력시간 : 2004년 12월 21일 화요일, 미주 한국일보 오피니언

제목 - 두 번 우는 중독자들

회복모임에서 한 아내는 결혼 전에 부모의 중독문제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는데, 또다시 중독자 남편을 만나고보니 새벽에 잠을 깨도 그대로 영원히 잠들고 싶은 좌절감 때문에 차마 일어나서 중독결과의 참혹한 현실들을 대할 자신이 없다는 말을 해서 참석자 모두의 마음을 울렸던 적이 있다.

더러 중독자 남편들 중에서도 수 년 전에 이런 회복모임을 알았거나, 아내가 더 일찍이 강경하게 자신의 거부반응을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벌써 회복을 시작했을 것이라는 후회의 말들을 해서, 가족들의 단호한 의지와 바른 회복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중독은 감정변화를 야기하는 중독물체나 행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선호하는 사람 자신에게 더 문제가 있다.

통상 인간의 성격형성은 4 세 경에 이루어져서 유년기부터 중독성향 성격으로 성장되다가, 심심하거나 외로움, 또는 호기심으로 처음 중독물체나 행위를 하면서, 그 첫 체험에서 맛보는 현실 도피감에 매료되어 생활방식이 변화되고 삶이 망가지는 평생고통 과정으로 자신을 몰아넣게 된다.

중독의 전체과정을 전반부후반부로 구분할 수 있으며,

전반부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정에서 중독을 선호하는 성격형성으로 성장하다가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중독문제에 휘말려드는 것이라면,

후반부는 이런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어 마치 매일 밥을 먹어야 살수 있듯이 몸에 밴 중독행위를 계속해야 몸을 가눌 수 있기 때문에 거부반응이라는 마지막 수단으로 가족들의 만류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데도 아내는 더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중독자의 회복을 방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들이 고의로 한 일은 아니지만, 부모들은 자녀를 성장과정에서 중독문제를 선호하는 성격으로 형성시켜서 한번 울린 셈이고, 중독결과로 삶이 다 망가진 다음에도 중독자가 어쩔 수 없이 행사하는 거부반응에 짓눌려서 아내가 방관하거나 회복으로 안내하지 못해서 또다시 중독자를 울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가정은 자녀가 건전한 가치의식, 태도, 세계관 등을 학습하는 유일한 장소이므로 부모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태도의 모범여하에 따라서 성장과정에 영향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일들을 탓하기보다는 과거를 거울삼아서 앞으로의 삶을 올바로 대처하는 것이 바른 긍정정인 삶이다.

대부분 한인 중독자들은 남성이고, 도박과 알코올의 경우는 이미 결혼을 하여 자녀가 있는 가장들이 많다. 지금의 삶이 너무나 힘들어서 이겠지만, 중독자 남편과 그 아내는 성장과정에서 잘못 양육시킨 자기부모들은 탓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회복은 미루며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바람에 현제 자기자녀들에게는 몇 갑절 더 나쁜 모범을 보이고 있어서 안타깝다.

아무리 중독자 남편들이 거부반응으로 회복이야기만 해도 황소고집을 보이지만, 내면 깊숙이에서는 바로 살고 싶고 이대로 죽어가는 자신을 겁내고 있다. 아내들도 결혼 전 성장환경에서 현실을 제대로 대처할 수없는 학습을 했거나, 남편의 중독문제에 대한 심한 수치심으로 더욱 현재의 어려움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아내들의 단호함과 회복안내 의지는 중독자 남편들에게 유일한 마지막 등대불빛 이다. 아내가 열심인 가정에서는 중독자 모두가 회복되기 때문이다.

부디 새해에는 새로운 각오로 중독가정의 아내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중독적인 모범을 다시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도, 다른 중독 가족들이 걸어간 회복 길을 따라나서는 새로운 선택으로 중독자와 가족 모두가 더 이상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 이상은 2004년 12월 21일자 미주 한국일보에 기고된내용으로, 인터넷 신문을 보실 분은 다음을 클릭시기 바랍니다.

두 번 우는 중독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