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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에 중독 되면 뇌에 이상증세가 나타난다. 도박은 단순히 의지와 도덕률로는 설명할 수 없다. 병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존 니콜라키스는 유복한 집안 출신이다. 지난해 9월 그가 36세에 어둡고 추운 루이지애나 아파트에서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을 것으로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유틸리티 비용을 낼 수 없어 전기고 개스고 모조리 끊겼다. 완전 알거지 신세라 유서를 쓰고 있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8만 달러를 횡령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가 왜 이 지경에 처했을까? 도박에 미쳤기 때문이다.
온라인 포커에서 스포츠 도박까지 손을 대지 않은 게 없다. 어마어마한 돈을 날렸다. 지난 17년간 도박에 빠져 직장 2곳을 잃었고 애인도 잃었다.
“자존심을 잃었고 정직함을 잃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나를 아껴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친 것이다”며 그는 울먹였다. US뉴스 & 월드리포트가 최근호에서 도박의 폐해와 치료에 대해 소개했다.
▶ 의지박약, 도덕적 결함 등으론 설명 못해... 두뇌 생리·화학현상 병리학적 접근 필요!
1980년 미 정신치료학회는 병적인 도박을 진단 가능한 의학적 비정상 행위로 분류했다. 그 후 도박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면서 도박이 두뇌 호르몬, 생체, 심지어 유전적 요인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점차 병적인 도박에 대한 새로운 치료약과 치료법이 개발됐다.
병적인 도박은, 마약과 달리 일반적인 도박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용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치유가 어렵다. 가끔 레저 차원에서 카지노에 가는 경우를 크게 탓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말이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단순히 기분 전환을 위한 도박과 병적인 도박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진다. 도박을 하지 않으면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심적 불안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병적인 도박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미국인은 1,100만 명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성인의 1.6%는 심한 중독 증세를 보이며 3.9%의 도박행위는 문제가 될만한 수위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병적인 도박과 관련된 사람들을 그저 의지가 약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만 여긴다. 의학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있음을 외면한다.
행동을 결정하고 집행하도록 하는 뇌의 작용이 손상을 입으면 도박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도박 중독자들의 뇌는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도박을 습관적으로 하면 이러한 뇌의 기능이 손상을 입는다. 병적인 도박에 이르는 악순환이다.
“단도박 모임(Gamblers Anonymous)”은 1957년부터 도박중독자들의 갱생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단도박 모임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단도박 모임에 들어간 뒤 1년 이 지나면 상당수가 그만둔다. 1년이 넘도록 모임에 나오는 사람은 8%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카지노에서도 자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병적인 증세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경찰에 연락해 도박장에서 강제로 끌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도박꾼들에게 다른 즐거움의 대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로 전문 치료기관에서 행해진다.
그러나 도박을 끊는 것은 고난의 길이다. 그래도 존 니콜라키스는 이제 새 사람이 됐다. 단도박모임이 주관하는 치료센터에 꾸준히 다녔다. 옛날엔 주머니에 현찰 600달러를 넣고 다녔지만 이젠 3달러밖에 없다. 그래도 무척 행복하단다.
▶ 나의 도박증세는…
도박은 상습적으로 불을 지르고 다니는 방화범처럼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증세라는 게 미 정신치료학회의 입장이다.
다음 10 가지 항목 중 “5 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병적인 도박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1. 도박에 너무 신경을 쓰거나 도박경험을 떠올리고 도박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2. 환희를 맛보기 위해 많은 돈을 도박에 쓴다.
3. 도박을 그만두려고 노력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4. 도박을 줄이거나 아예 그만두면 안절부절못한다.
5. 가족이나 일로부터 도피할 수단으로 도박을 한다. 또 우울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낄 때 도박을 한다.
6. 돈을 잃으면 조만간 다시 가서 본전을 찾으려 한다.
7. 자신의 도박 습관이나 규모 등에 대해 가족이나 전문의,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8. 도박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위조, 사기, 횡령, 절도 등 불법행위를 한다.
9. 도박 욕구 때문에 직장, 교육기회, 커리어와 중요한 대인관계를 악화시키거나 깨뜨렸다.
10.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친구나 가족, 심지어 모르는 사람에게서까지 돈을 꾼다.
* 이상은 2005년 5월 23일자 미주한국일보 특약뉴스 면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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